“산이 밀려왔다”…괴물폭우·산사태에 가평군 조종면 일대 전쟁터 방불
[르포] “산이 밀려왔다”…괴물폭우·산사태에 가평군 조종면 일대 전쟁터 방불
[르포] “산이 밀려왔다”…괴물폭우·산사태에 가평군 조종면 일대 전쟁터 방불
"건물에서 뚜둑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집이 무너졌어요."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석문(67) 씨는 20일 새벽 3시 10분경 1층에 나와있다 심상치않은 소리에 집안에 있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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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범람·산사태… 펜션 등 덮쳐
민가 파묻히는 등 전쟁터 방불
사망·실종 등 추가 피해 가능성

"건물에서 뚜둑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집이 무너졌어요."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석문(67) 씨는 20일 새벽 3시 10분경 1층에 나와있다 심상치않은 소리에 집안에 있던 아내에게 대피하자고 급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건물이 무너지며 계단을 내려오던 아내는 집안에 매몰되고 말았다. 약 30분 뒤 소방관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히 구출됐지만, 그들은 생존의 기쁨을 느낄 새 없이 무너진 삶의 터전을 마주했다.
이날 새벽 약 200㎜ '물 폭탄'이 쏟아진 가평군 조종면 일대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조종천 맞은 편에서 순두부집을 운영하는 이순재(58·여) 씨도 갑작스러운 폭우에 식당이 난장판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새벽 3시 30분경부터 본격적으로 조종천이 범람했다. 주방까지도 물이 들어찼고, 산에서는 뿌리 뽑힌 나무가 가게를 뚫고 들어왔다"면서 "가게 앞에 있는 변압기는 두 번이나 번개에 맞으면서 불도 났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냉장고, 전기맷돌 등 각종 기구가 다 망가졌고, 콩과 감자 등 식재료를 보관했던 저온창고는 어딘가로 떠내려가 버렸다"면서 "앞으로 반년 정도는 장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탄했다.

마을을 이동하는 사이사이 도로변에는 흙에 바퀴가 빠져있는 차량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뒤늦게 인근 현장을 찾아온 가족들은 망가진 집을 살펴보며 "다행히 부모님은 빠르게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가평군에는 이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197.5㎜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오전 5시 56분 소방 대응 1단계, 오전 8시 32분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쏟아진 비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4시 44분께 조종면 신상3리에서 산사태가 발생, 주택 3채가 무너지며 주민 4명이 매몰됐다. 이중 3명은 구조됐으나 70대 여성 1명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보다 앞서 4시 20분께는 대보리 대보교에서 급류에 떠밀려온 40대 남성이 숨진 상태로 다리 구조물에 걸린 채 발견됐다.
조종면 한 수련시설에서는 200명이 고립됐다가 가까스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실종자는 5명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락 두절 등으로 피해 가구 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어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소방의 설명이다.
이성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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