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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컷] 피아노 옆의 스트라빈스키는 어떻게 찍었나?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구석에 한 남자가 기대어 있다. 이 사진이 흥미로운 것은 손으로 머리를 기댄 인물의 포즈가 아니라 시커먼 피아노 뚜껑이다. 피아노 뚜껑이 원래 검은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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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컷] 피아노 옆의 스트라빈스키는 어떻게 찍었나?
조인원 기자2025. 3. 14. 07:00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구석에 한 남자가 기대어 있다. 이 사진이 흥미로운 것은 손으로 머리를 기댄 인물의 포즈가 아니라 시커먼 피아노 뚜껑이다. 피아노 뚜껑이 원래 검은색인 데다 사진가가 더 어둡게 조명을 떨어뜨리고 촬영해서 악보의 반음 내림 음표인 플랫(flat), 알파벳 소문자 비(b)처럼 보인다. 누가 봐도 피아노와 관련 있는 음악가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진가 아놀드 뉴먼(Arnold Newman)이 1946년 하퍼스바자에 의뢰를 받아 클래식 음악의 거장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이렇게 찍었지만 사진은 해당 잡지에 실리지 않았는데, 잡지사에서 받은 대답은 “잡지에 작게 쓰기엔 사진이 너무 훌륭해서”였다. 2년 후 이 사진은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사진가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알려지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전시 ‘시대의 아이콘: 아놀드 뉴먼과 1938-2000’를 가보면 흥미로운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이 사진의 필름 원본을 밀착 인화(contact sheets)한 여러 컷들로 마지막 한 컷이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우선 사진가는 스트라빈스키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다. 원본 사진들을 보면 피아노 옆에 서거나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 모습, 그리고 같은 앵글에서 비스듬한 포즈까지 있었지만 사진의 입체감이나 평범한 포즈를 모두 배제하고 디자인에 가깝게 원본을 트리밍해서 사진을 완성했다. 미국 여류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초상사진도 36컷의 밀착 인화본이 전시된 사진을 보면 미리 준비한 산양의 해골과 캔버스를 배경으로 화가의 시선과 고개 방향의 차이, 구름의 미묘한 변화를 다르게 담아 마지막에 고른 한 컷으로 보여주었다.


인물을 중심으로 촬영하는 초상사진(Portrait)은 알려진 사람들을 촬영할 때 더욱 부담이 된다. 유명인들일수록 전에 촬영된 사진과 달라야 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 시간적인 제약이 커서 바쁘게 진행된다. 따라서 어떤 배경에 어떤 의상과 포즈뿐 아니라 어떤 광선으로 촬영되는 것이 효과적인지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역으로 사람들이 놀랄 만큼 창의적인 사진도 나온다.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이전, 화보가 미국 잡지를 주도하던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아놀드 뉴먼은 예술가, 정치가, 기업인 등의 사진을 촬영하며 화려한 잡지의 시대를 이끌던 초상 사진가였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로 화려한 잡지 사진들을 통해 인물의 개성을 보여주는 창의적인 앵글의 사진들이 나올 수 있었다. 전시는 4월 6일까지.



사진 = 뮤지엄한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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