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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관광 아닌 생존 탈출…국경 넘는 캐나다 환자들 - 밴쿠버 중앙일보
의료 대기에 지친 환자들, 멕시코·독일·터키로 수술 받으러 떠나“진료조차 거부당했다”…조력존엄사 대신 택한 해외 병원수술비·대기시간 줄인 해외 치료, 귀국 후 사후 관리가 최대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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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중앙일보 기자 입력25-05-12 17:44 수정 25-05-12 17:4

의료 대기에 지친 환자들, 멕시코·독일·터키로 수술 받으러 떠나
“진료조차 거부당했다”…조력존엄사 대신 택한 해외 병원
수술비·대기시간 줄인 해외 치료, 귀국 후 사후 관리가 최대 걸림돌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의료 관광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에서도 수개월 대기를 통보받거나 진료조차 거절당한 이들이 멕시코, 독일, 터키 등 외국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앨리슨 밴덴버그 씨는 척추 통증이 악화되자 병원에 진료 예약을 시도했지만, 유일하게 진료를 수락한 의사는 8개월 뒤로 예약을 잡아줬지만, 진료 당일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했다.
그는 “통증이 심해지자 조력존엄사(MAID)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인을 통해 멕시코의 한 병원을 소개받은 뒤, 몇 차례 전화 상담 후 수일 만에 검사를 마치고 수술까지 받았다. “월요일에 검사하고, 목요일에 수술을 받았다. 캐나다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속도”라고 말했다.
온타리오주 글렌모리스에 사는 론나 후흐스트라텐 씨는 요추 디스크가 15%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수년간 통증에 시달렸지만,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서는 외과 진료 예약조차 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 그는 독일의 한 병원에 MRI 영상을 보내고 6일 만에 수술 일정을 받았다. “국내에선 대기 중이었고, 독일에선 수술이 끝났다”고 전했다.
몬트리올에 사는 셀린 하딩-존스 씨는 20년 넘게 희귀 뇌종양을 앓았지만, 국내에서는 수술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를 찾지 못했다. 그는 “질환 자체가 드물다 보니 관련 경험이 있는 의사가 없었고, 주정부에서 외부 병원 진료를 신청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환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의 의료 체계가 주 단위로 운영되다 보니, 거주지에 해당 진료 전문의가 없으면 치료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앨버타에 사는 루이즈 주크 씨는 캐나다 의료 당국으로부터 해외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치료비는 본인이 전액 선납하고 추후 환급을 신청하라는 조건이었다. 수술 후 사후 관리나 치료 보장 여부도 안내받지 못했다. 퇴역 군인 조디 베켓 씨는 재향군인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며 독일에서 척추 재건 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수술 비용은 10만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국경 밖으로 나가는 캐나다 환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멕시코는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하고 항공 접근성이 좋으며, 시술비가 저렴해 수술·치과 치료 목적의 환자들이 몰린다.
인도는 가족과 문화적 연고를 갖고 있는 이민자 후손들이 주로 이용하며, 최근에는 동유럽 병원들도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는 특히 치과·미용 성형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임플란트 두 개를 포함한 전체 비용이 항공료까지 합쳐 5,500달러 이하였다는 설명이다. 같은 시술을 캐나다에서 받으면 보험이 있어도 1만 달러를 넘는다.
오크빌에 거주하는 켄 하달 씨는 최근 이스탄불에서 전체 치아를 재건하는 시술을 받고 귀국했다. 크라운, 브리지, 베니어를 포함한 치료를 4,800달러에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같은 시술에 10만 달러를 제시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카리브 국가들은 아예 관광과 결합된 의료 상품을 만들어 건강·웰빙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경증 치료부터 고난도 수술까지 다양한 시술을 관광과 함께 묶어 제공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시술을 받고 돌아온 환자들이 국내에서 후속 치료를 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시술법이나 사용된 재료가 국내와 다를 경우, 캐나다 의사들이 사후 진료를 거부하거나 치료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추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국내에서 드문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사후 치료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환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국경을 넘어야만 치료받을 수 있는 현실은 의료 관광이 아니라 ‘의료 탈출’에 가깝다. 캐나다 의료 체계의 붕괴를 환자들이 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떠난 이들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살기 위해서였다.”